경상지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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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현욱 병장님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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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김상규 작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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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간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.
여단본부 의무대에 근무했던 김상규(88년 8월)입니다.
혹시 기억을 할지 몰라 제 이등병때 사진 한 장 올립니다.

20대의 혈기왕성하던 그 사람은 이미 사라졌겠지만
마음 속에 남아있는 203에 대한 마음은 예나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것은 없는것 같습니다.
8명의 여단본부대 동기 이름도 잘 기억해 내지 못하는데 유독 경비소대의 정현욱병장 이름이 기억에 생생한 걸 보면 뭔가 강렬한 인상이 남아서 일겁니다.

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제가 이등병때 아마도 정병장은 상병이었을겁니다.
아래 기억들은 제가 이등병때의 기억들입니다.

88년 겨울
밤새 내린 눈은 연병장을 하얗게 뒤덥어 버렸습니다.
싸리빗자루와 마대자루를 들고 눈 청소를 하면서 훈련이나 근무가 없는 그 순간이 참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.
간간히 떨어지는 눈발을 맞으며 저를 향해 노래일발 장전이라는 정병장의 지시에 "패티김의 초우"라는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.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초우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면 20여년 전 하얀 연병장에서 싸리빗자루를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던 저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홍조가 되기도 합니다.

기억을 못하시겠지만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엇습니다.
정병장이 새벽 2시 비합소 근무였을 때 제가 임무교대를 했어야 했는데
불침번이 저를 깨우러 오는 발자국소리가 꿈속에서도 또렷이 들리던 이등병때였지요
저는 불침번이 저를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습니다.
그게 다 였어요..

저는 세상 모르고 바지에 다리 하나만 걸친 채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.

교대시간이 이미 10여분 지났을 무렵 불침번이 다시 저를 깨우러 왔습니다.
불침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불침번도 하얗게 질리고 저도 하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.
다행이 불침번이 제 동기였기에 망정이지 제 고참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지도 모릅니다.

이제 세상과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등줄기에 식은땀을 쏱으며 연병장을 가로질러 비합소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.
짧은 순간 제 머리속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해갔지만 어떻게든 제 불찰을 모면해야 했습니다.

비합소에 앉아 있는 정병장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설사가 나서 늦었다고 변명을 했습니다.
그때 정병장은 제 어깨를 툭치며 수고하라는 말고 함께 자리를 떴습니다.

그날밤 새벽 내내 잠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.
아침에 구보 후 한따까리와 식당 뒤 집합이 걱정되어서요..

다음 날 아침 구보 뒤 이상하게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. 식사 후에도 집합하지도 않았습니다.

당시에 제 생각엔 제 변명이 잘 먹혔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..시간이 흐르고 제가 고참이 되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.

"배려"

군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구타를 하지 않은 것이 자랑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전역할때까지 한 번도 후임병들에게 얼차례를 주거나 괴롭히거나 구타를 가해본 적이 없었습니다.
오히려 형의 마음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배의 마음으로 그렇게 그들과 짧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.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같이 근무했던 제 후배들과 황동택 상사님과 아직도 연을 맺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
그 후로도 부모님께서 면회를 오시면 위병소에 근무하던 정병장께서 제 부모님을 반갑게 맞아주셨고,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위로의 말씀도 하셨다고..  세월이 흘러도 제 부모님은 위병소에 당당하게 서있는 정병장을 이야기 하십니다.

지난 번 전화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.
대구 쪽에 계신다니 일간 기회가 되면 대구쪽에서 뵐 수 있도록 기회를 잡아보겠습니다만 서울에 오실 기회가 되시면 연락 한 번 주시기 바랍니다.
살아오면서 타인으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신세를 지고 살아왔지만
20여 년전 작은 감동에 대한 신세를 어떻게든 갚고 싶군요.

특공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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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12

김영호님의 댓글

  • 김영호
  • 작성일
특공 !

88년  12월 29일 전역 ?

후배님들 얼굴은 어렴풋이 생각나고  그중 ( 의무대 ) 김상하 후배가 많는 지 ?

많은 세월이 지나버렸습니다.

정현욱님의 댓글의 댓글

  • 정현욱
  • 작성일
특공!

전라지부장님 안녕하시지요.^^*

김상하병장 입니다. 19일날 뵙겠습니다.

특공

김상규님의 댓글의 댓글

  • 김상규
  • 작성일
특공!
김영호 선배님을 모를리 없겠지요.
저에겐 워낙 하늘 같은 분이라서 이야기 할 기회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요.
선배님께서 전역하시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저도 자세가 조금 나올 무렵
오픈하우스를 했었습니다.
제 기억엔 여자친구분을 모시고 오셨던 것 같은데...
연병장 너머 매일 아침 구보하던 작은 길을 두 손 꼭잡고 두 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
한 동안 바라 보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만....
오래되어 긴가민가합니다.
사업 번창하시고 건강하십시요.
특공

조연님의 댓글

  • 조연
  • 작성일
특공

선배님 반갑습니다

비록 대대는 다른지만 신병교육대 있을때 선배님 얼굴 기억합니다

전우회를 통해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

특고

김성훈님의 댓글

  • 김성훈
  • 작성일
특공

마음이 찡한 사연입니다 내 동기 종현욱"이가 자랑스럽고

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후배가 보고싶습니다

다음에 한번 만나보십시요 경상지부 하계캠프때 오시던지

환영합니다  후배님 건승을 빕니다

특공

김동준님의 댓글

  • 김동준
  • 작성일
특공!!!
이보다 더 진한 애틋한 사랑은 아마 없을껍니다.
정현욱 부지부장님 ^^*
대단하십니다.
특공

여수갑님의 댓글

  • 여수갑
  • 작성일
특공!

정현욱 동기님 정말감동 임니다...
잊지않고 연락준 후배님 도 너무나
멋짐니다........

특공

정현욱님의 댓글

  • 정현욱
  • 작성일
특공!

김상규 후배님 잘 계신다니 고맙습니다.

사진을 보아하니 의무대에서 한방 찍었는것 같고. 당시 계급으로 좌측분은 6대대 의무병? 양연모상병

김상하병장님 김상규이병 유병하일병. 이렇게 잊지않고 좋은 추억만 간직하는 후배님이 참 부럽습니다.

대구에 오시면 011-806-0132로 꼭 연락주시게. 그때 못한 한따까리를 지금은 맘놓고 해야지. 단디준비

하고 오셔야 할걸세. ㅎㅎ 

특공

김상규님의 댓글의 댓글

  • 김상규
  • 작성일
특공
일단 대구에 제 분신과도 같은 제 아들군번 작은 상규가 있으니
작은 상규를 통해서 소식 접하겠습니다.
그러고 보니 제 고참들은 대부분 경상도에 계시는군요.
전우회를 통해 선후배님과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은 하루입니다.
못다한 한따까리라...ㅋㅋ 서울 뺀질이라 항상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답니다. 
건강하십시요.

특공

장영철님의 댓글의 댓글

  • 장영철
  • 작성일
특 공

처음 인사드립니다..선배님!!

저는 이글 읽기전까지 후배상규인줄 알았습니다..ㅎㅎ

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습니다..

시간내서 대구에 꼭한번 오십시요...오실땐 필히 연락주시고요...그럼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특 공

김성훈님의 댓글의 댓글

  • 김성훈
  • 작성일
특공

영철아 나도 대구에 골통 상규"입담좋은 친구

걸마"상규인지 알았다 ㅎㅎ ㅎㅎ!!

특공

김광혁님의 댓글

  • 김광혁
  • 작성일
"특공"

부럽습니다..선배님..

그리고 멎지십니다..특공